영화과를 전공하는 학생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시나리오 쓰기에 도전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론 수업과 실제 창작은 전혀 다른 영역입니다. 이 글에서는 영화과 전공자들이 실전에서 마주하는 고민을 바탕으로, 시나리오를 쓸 때 유용하게 적용할 수 있는 실전 팁을 제시합니다. 이야기 구조, 캐릭터 구성, 그리고 대사 쓰기라는 세 가지 핵심 영역을 중심으로 구체적인 전략을 정리했습니다.
이야기 구조는 창작의 뼈대다
많은 영화과 학생들이 처음 시나리오를 쓸 때 막연한 아이디어만으로 시작합니다. 그러나 아이디어가 좋다고 해서 그것이 곧 훌륭한 시나리오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야기의 구조는 창작의 뼈대 역할을 하며, 관객이 따라갈 수 있는 명확한 흐름을 제공해야 합니다. 시나리오를 쓸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무엇을 이야기할 것인가’보다 ‘어떻게 풀어낼 것인가’를 설계하는 것입니다. 기본적인 3막 구조(도입-전개-결말)를 익히고, 주요 전환점과 클라이맥스를 미리 설정해두면 집필 과정에서 중심을 잃지 않게 됩니다. 영화과에서는 흔히 ‘기획안 작성’을 수업 시간에 배우지만, 실제 창작에서는 구조에 대한 감각을 꾸준히 훈련해야만 합니다. 특히 단편영화 시나리오의 경우 제한된 분량 안에 갈등과 전개, 결말을 모두 담아야 하기 때문에 더더욱 구조적 설계가 중요합니다. 좋은 시나리오란, 끝까지 몰입할 수 있도록 설계된 이야기입니다.
캐릭터는 이야기의 주체이자 동력
시나리오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캐릭터입니다. 특히 영화과 전공자들이 시나리오를 처음 쓸 때 흔히 빠지는 실수는 ‘인물은 있지만 동기는 없다’는 점입니다. 관객이 인물에게 감정이입을 하려면, 캐릭터가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어떤 내적 동기를 가지고 있는지를 충분히 보여주어야 합니다. 영화는 인물 중심 매체입니다. 줄거리보다 인물이 기억에 남는 영화가 많다는 사실을 떠올려 보세요. 좋은 캐릭터는 단순히 사건에 휘둘리는 존재가 아니라, 이야기의 방향을 이끄는 능동적인 존재여야 합니다. 영화과에서는 ‘인물 분석’을 통해 이런 구성을 훈련하기도 하지만, 글로 풀어낼 때는 그 인물이 대사 없이도 어떤 사람인지 느껴질 수 있어야 합니다. 특히 단편에서는 인물의 전사(前史)를 간결하게 드러내는 것이 관건입니다. 감정을 과장하거나 드라마틱한 설정에 의존하기보다는, 현실성 있는 동기와 행동을 통해 공감을 유도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대사는 정보를 넘어서 감정을 담아야 한다
초보 시나리오 작가들이 가장 자주 저지르는 실수는 ‘대사로 모든 걸 설명하려는 경향’입니다. 영화는 시청각 매체이기 때문에, 대사는 필수 요소지만 결코 모든 정보를 담는 통로는 아닙니다. 오히려 좋은 대사는 인물의 감정과 성격을 드러내며, 이야기의 긴장감을 조성하는 역할을 합니다. 영화과 전공자라면 수업에서 ‘대사 쓰기’를 훈련하는 기회를 자주 갖게 되지만, 이론적 이해보다 중요한 건 실제 써보고 읽어보는 경험입니다. 대사를 쓸 때는 ‘이 인물이 굳이 이 말을 해야 하는 이유가 있는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세요. 또한 하위 텍스트(subtext), 즉 말하지 않은 감정이나 의도를 담는 연습도 매우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난 괜찮아’라는 대사는 상황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를 가질 수 있으며, 그 함축된 의미를 대사 밖에서 설계할 수 있어야 합니다. 좋은 대사는 감정을 생생하게 전달하면서도, 인물의 정체성과 이야기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이끌어가는 도구가 되어야 합니다.
영화과에서 배운 이론은 시나리오 쓰기의 기초일 뿐, 진짜 실력은 꾸준한 창작과 피드백을 통해 만들어집니다. 이야기 구조의 짜임새, 입체적인 캐릭터, 감정이 살아있는 대사는 모두 반복적인 실전 경험에서 얻어지는 기술입니다. 영화과 전공자라면, 완벽한 한 편을 쓰기보다 다양한 시도를 통해 자기만의 문법을 찾아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결국 좋은 시나리오는 단순히 잘 쓰인 글이 아니라, 철저히 연습된 ‘감각의 결과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