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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다시 ‘노란봉투법’인가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은 몇 년간 사회적 논쟁의 중심에 서 있었습니다. 2023년과 2024년 두 차례 국회를 통과했지만 당시 대통령의 거부권으로 무산되었고, 2025년 8월 24일 국회 본회의에서 재석 186명 중 찬성 183표로 다시 가결되면서 분수령을 맞았습니다(공포 후 6개월 뒤 시행 예정). 이번 개정은 하청·간접고용·플랫폼 노동 등 달라진 고용 현실과, 파업 후 제기되는 과도한 손해배상·가압류(일명 ‘손배·가압류’) 문제를 함께 다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노란 봉투’에 담긴 시민 연대의 역사

‘노란봉투’라는 이름은 2014년 시작된 시민 모금에서 왔습니다. 당시 쌍용자동차 파업에 거액의 손배 청구가 제기되자, 한 시민이 4만7천 원을 노란 봉투에 담아 보낸 사연이 계기가 되었고, 이 캠페인은 111일 동안 4만7천여 명이 참여해 약 14억7천만 원을 모았습니다. 모금은 아름다운재단·시사IN 등과 연대해 진행되었고 피해 노동자의 긴급 생계·의료비 지원으로 이어졌습니다.

이 ‘노란 봉투’는 “노동권 보장은 시민 연대의 문제”라는 메시지를 던졌고, 이후 법·제도 개선 요구로 확장되며 오늘의 개정 논의로 연결됐습니다.

 

노란봉투법의 핵심 내용

사용자(회사)의 범위가 넓어집니다

  • 현행: 직접 고용한 회사(사업주) 중심.
  • 개정: 근로계약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조건을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으면 ‘사용자’. → 원청이 하청노조의 교섭 요구에 응해야 할 책임이 커짐.

 노동쟁의(파업) 대상의 외연이 확대됩니다

  • 현행: 임금·근로시간·복지·해고 등 근로조건 ‘결정’에 국한.
  • 개정: 근로조건 결정 + 경영상 주요 결정까지 포함. 단체협약의 명백한 위반도 쟁의 대상에.

손해배상 청구의 ‘과잉’을 제한합니다

  • 정당한 노조활동 면책을 명문화(단체교섭·쟁의행위 및 기타 노조활동 포함).
  • 방위 목적 면책 신설: 사용자의 불법행위에 대한 불가피한 방어로 발생한 손해는 배상 책임 면제.
  • 책임의 개별화: 지위·참여 정도·관여도·임금 수준 등을 고려해 책임비율 차등.
  • 감면 청구권: 경제상태·부양가족·최저생계비 등을 고려해 배상액 감면 가능.
  • 사용자 면책 조항 신설: 노사합의를 위한 배상책임 면제(소급 적용).

누가 노조에 가입할 수 있나?

‘근로자가 아닌 자의 가입 허용 시 노조 불인정’ 제한 삭제 →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의 가입 통로 확대.

언제부터 적용되나?

2025년 8월 24일 본회의 통과, 공포 후 6개월 뒤 시행 예정(사용자 면책은 소급).

 

 

 

쟁점과 논쟁: 찬성과 반대, 무엇이 맞나

찬성 측(노동계·시민사회)

  • 노동3권의 실질 보장: 거액 손배·가압류 관행을 제도적으로 교정.
  • 원청-하청 책임 현실화: 실질 사용자에게 교섭 의무 부여.
  • 갈등의 제도화: 장기분규 예방과 중장기 경쟁력에 긍정적.

반대 측(재계·경제단체)

  • 경영권·예측 가능성 약화: 파업 증가, 투자 위축·해외 이탈 우려.
  • 불법 파업 면죄부 논란: ‘방위 목적’이 과잉 행동을 정당화할 소지(다만 법 문언상 포괄 면책은 아님).
  • 보완입법·유예·헌법소원 등 대응 예고.

 

체크 포인트

  • ‘면책’은 사용자의 불법행위에 대한 방어로서의 불가피한 손해에 한정.
  • 책임 개별화·감면은 비례성 확보 장치.

 

사회적 의미와 전망: 무엇이 달라질까

  1. 교섭 지형 변화: 원청·모회사와의 직접 교섭 창구 확대 → 현장 분쟁의 제도적 해결 경로 강화.
  2. 손배·가압류 관행 수정: 과도한 청구에 제동, 법원의 비례적 판단과 감면 실무 축적.
  3. 초기 혼선·해석의 진통: 판례·행정해석으로 구체화, 내부 매뉴얼·프로세스 재정비 필요.
  4. 정치·경제적 파장: 투자 위축 경고 vs. 권리 보장 강화—여론과 판례의 균형점 모색.

 

실무·현장 체크리스트

노조·노동자

  • 실질 사용자(원청 등) 식별
  • 쟁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경영상 결정 목록화
  • 합법 절차(조정, 찬반, 통보) 매뉴얼 업데이트
  • 분쟁 시 비례성·방어성 입증 자료 관리(영상, 공문 등)

기업·사용자

  • 원·하청 계약 및 플랫폼 운영의 노무 리스크 점검
  • 경영상 주요 결정을 둘러싼 사전 소통·협의 절차 설계
  • 손해배상 청구 기준·내부결재 라인 재정비
  • 분쟁 종결 옵션으로서 면책 규정 활용 가이드 마련

 

법률 조항을 넘은 ‘관계의 재설계’

노란봉투법은 “노동권 vs. 경영권”의 단순 대립을 넘어, 현대적 고용 구조에 맞춘 교섭·책임의 재설계라는 과제를 던졌습니다. 시민의 노란 봉투에서 출발한 문제의식이 제도로 옮겨왔고, 이제 남은 과제는 현장에 뿌리내리는 운영과 균형입니다. 독자 여러분은 노동자 권리 보장과 기업의 예측 가능성 사이, 어떤 균형이 바람직하다고 보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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